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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어버린 이야기——전쟁 속의 성폭력을 용감히 알리는“여성의 소리”

네팔의 카트만두에서 워크숍을 실시하는“여성의 소리”

네팔의 카트만두에서 워크숍을 실시하는“여성의 소리”

저자 소개 – Pooja Pant 푸쟈 판트

푸쟈.판트(Pooja Pant)여사는 영화제작자, 페미니스트 활동가, 비디오 저널리스트이자“여성의 소리( Voices Of Women Media)”의 창립자이며 책임자입니다. 멀티미디어와 과학기술을 활용한“여성의 소리”에서는 여성의 권리를 위해 전념하고 있습니다. 현재 네팔에 거주하는 판트여사는 세계각지의 멀티미디어회사에서 근무해 왔습니다. 

2007년 암스테르담에서“여성의 소리”를 설립하였고, 최근에는 네팔의 카트만두에서“Final Take Films”사를 설립하였습니다.

“여성의 소리” 

“여성의 소리”는 여성 리더십을 양성하고, 소녀와 여성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변화시키며 공정하고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디어·과학기술·예술 및 교육분야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여성으로서 개인지식과 기술을 향상하고, 자신들의 체험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지역 사회에서 무시되고 침묵하는 문제를 적발하고 주목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재정적으로도 독립되어 여성 스스로 말할 수 있고,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지식과 신념을 갖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묻어버린 이야기——전쟁 속의 성폭력을 용감히 알리는“여성의 소리”

네팔의 카트만두에서 실시한 워크숍“여성의 소리”.

네팔의 카트만두에서 실시한 워크숍“여성의 소리”.

‘소리를 낸다’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인권 중의 하나로, 모든 사람에게는 발언권과 경청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야 할 것입니다.

네팔은 아직도 가부장제도의 영향을 받아, 겉으로는 여성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 같지만, 여전히 성별로 인한 폭력문제가 심각하며, 특히 성폭력에 있어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네팔 경찰청의 자료에 따른 2021년~2022년의 회계연도 통계에 의하면 총 3,481건이 성폭력 사건으로 신고되었으며, 네팔 인구통계 및 건강조사(2016)에 따르면 신체적 또는 성적으로 학대를 당한 여성의 66% 가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구하지 않았으며 폭력을 위한 예방이나 피하는 방법을 위해 누구와도 논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폭력의 주 원인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 보편적인 사회적 기피, 차별적인 사회문화와 정부부처의 조사나 보안시스템의 결핍에 있었습니다. 여성들의 경험상 성폭력을 신고하거나 말하기를 꺼리는 이유는 수치심이나 낙인 찍힐 것에 대한 두려움과 사회적 비난에 있었습니다.

1996년 네팔의 집권 당국과 반군 마오이스트당의 충돌로 전쟁이 발발되자 전국 곳곳, 특히 농촌지역을 위주로 전쟁에 휘말렸습니다. 수백 명의 가난하고 소외된 여성들이 성폭력을 입게 되었습니다. 전쟁속의 많은 젊은 여성들에게는 크나큰 재앙이었고, 시골 부녀자들은 더더욱 취약하였으며 전투속에서의 성폭행과 성폭력은 군인들 사이에 여성 징벌의 도구로 변화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내려온 네팔의 가부장제도와 기피문화는 가해자들을 묵시하고 있었으며 처벌하지도 않고 피해여성들이 피해자라는 것 조차 인정하지 않은 채 발견되지도 않았습니다.그 속에서 생존 여성들의 삶은 심리적·정서적·신체적 트라우마와 사회의 낙인속에 있었으며 대외적으로 자신의 처지를 입 밖에 내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사실 이러한 전쟁 충돌이 일어나기 전부터, 네팔여성들은 소외당하거나 권력을 박탈 당한채로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녀들의 종족성, 종교 신앙, 경제적 의존과 여성으로 태어난 이유 모두가 그녀들을 취약계층으로 몰아붙였는데, 전쟁을 통해서 산산이 부서지기 시작되었습니다. 그중 성폭력은 10년간의 무력 충돌(1996-2006)에서 네팔이 남긴 무서운 잔재가  되어 끔찍한 낙인으로 남았습니다.
마야는 네팔 서부 작은 마을의 초등학생으로, 학교 가는 날마다 그 길목에 여러 명의 군인이 길가에서 서성이며 왔다 갔다했습니다. 어느 날 방과 후 부모님이 밭에서 일하는 동안 그녀 홀로 집에서 설거지를 하는데, 느닷없이 군인들을 가득 태운 지프차가 들이닥치며 집에 없는 그녀의 언니를 찾아 내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군인들은 마야를 방안으로 데려가 문과 창문을 닫아 버리고 그녀를 교대로 성폭행하였습니다. 당시 그녀의 나이는 10살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실을 마야는 부모나 언니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날 후로 마야는 다시는 학교에 가지 않았으며 아무런 배상이나 보상도 없이 살아갔습니다.

네팔의 카트만두에서 실시한 워크숍“여성의 소리”.

네팔의 카트만두에서 실시한 워크숍“여성의 소리”.

2006년11월 전쟁이 끝나고, 참전한 양측은“포괄적 평화협정 CPA (Comprehensive Peace Agreement)”를 체결하여 분쟁을 종식하였습니다. 2007년에 임시헌법을 선포했고 2015년에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였습니다. 비로소 여성과 소수민족의 권리를 위한 개혁들이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전쟁 충돌 후의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는「국가적 행동 플랜(NAP)」을 제정하였으며 2개의 위원회를 설립했습니다. 하지만 협상 중에서도 전쟁에서의 성폭력 피해자들은 언급하지 않았고「국가적 행동플랜」 제1버전에서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포괄적 평화협정”체결이 지난지 15년이 되었지만 과거의 여러가지 인권침해의 행위에 대한 가해자 책임을 묻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 중에 전쟁에서 실종가족이 있는 피해자들은 경제적으로 100,000루피를 보상받을 수 있었고 전쟁속의 성폭력 피해자를 포함한 대부분 피해자들은 아무런 보상도 없었습니다. 전쟁에서의 성폭력은 법적으로 추궁되지 않아 네팔의 성폭력은 점점 더 심해져 갔습니다. 성폭력 가해자이며 암살자인 니르말라 판트 (Nirmala Pant)’씨는 더욱 말할 것 없이 아무런 제재도 가해지지 않았습니다. 

“여성의 소리”는 이러한 낙인과 고립감, 기피된 문화속에 살아가는 여성들의 갈등어린 삶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중요한 작업을 맡았습니다. 멀티미디어를 이용하여 그녀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국내외에서 전시하여 그동안 전쟁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던 그녀들을 보호하였습니다. 사진을 통한 전시 및 영상으로 기록한 것과 구술로 전해진 이야기를 보여 주는데“여성의 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우리는 전쟁에서의 성폭력 피해자들을 기록하면서 많은 이야기들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피해여성들은 정치인들이 이 문제를 더 이상 다루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자, 침묵을 선택하였습니다. 하물며 일단 이렇게 민감한 이야기들을 털어 놓으면 그녀들은 반드시 여론의 압력에 시달려야 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침묵하는 여성들을 찾아내고 그녀들의 이야기를 공개할 것인가 하는 것이 늘 우리 여성 운동가들에게 고민이 되었습니다.

리나는 24살 먹은 젊은 엄마로 아들 둘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인도에서 농사 때 마다 농사일을 맡아 일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느날 밤, 수명의 반군 마오이스트당 무리들이 그녀의 집을 찾아 왔습니다. 그 당시 마오이스트당 군인들은 흔이 마을사람들 집에 들어와 숨어 있거나, 순박한 마을주민의 접대를 받아 음식물을 먹고 휴식을 취하거나 했습니다. 그 젊은 무리들은 리나에게 다음날 인근마을에 모임이 있으니까 반드시 참석하라고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자주 있었던 일이라, 다음날 밤 리나는 아무생각없이 마오이스트당 무리들과 함께 이웃마을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길을 걷던 중 숲 속을 지나는데,마오이스트당 무리들이 한 외양간으로 그녀를 데려가 성폭행을 하고 난 후 그녀를 남겨두고 달아나버렸습니다. 리나는 괴로와하며 집에 돌아와 가족들에게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말했고 남편이 집에 오자,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오히려 그녀를 비난하며 가족을 버리고 홀로 집을 떠나버렸습니다. 그 후. 그녀는 남편을 만날 수 없었고 남편없이 홀로 두 아이를 키우며 아무런 보상도 없이 하루 하루 지냈습니다. 

이런 사건들이 일어난지 20년 후,“여성의 소리”에서 과거의 사건들 속에 피해받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려고 하자, 많은 여성들이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 주려고 하였고, 그녀들은 자신이 처한 어려운 삶을 대중들이 이해해주기를 바라고 있으나, 우리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익명으로 공개할 것인가가 또 다른 고민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창의적인 방식으로 그녀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기로 하여 일주일간의 시창작 워크숍을 진행하여 전쟁에서의 성폭력 피해자 11명을 데리고 시쓰기 창작을 시작했습니다. 리나와 마야가 바로 이들 중의 2명이었습니다. 집중적인 작업 끝에 그녀들이 창작한 이야기와 시를 통하여 그녀들이 겪은 끝없는 낙인과 그동안 견뎌온 절망과 분노, 역경 속에서 정의를 추구하려는 그녀들의 굳은 결의가 나타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워크숍의 한 지도교사가 했던 말과 같이 "그녀들은 사명을 지닌 시인으로 탄생하였습니다."
우리는 여성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진다는 것이 마치 차별 받지 않고 지지 받는 안전한 공간이 주어지는 것과 같은 것이어서 함께 그녀들의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런 뜻에서, 그녀들의 시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겠습니다.

아직도 생생히 떠오르는 그해, 그날, 그 시각

그날에 일어났던 일들은

나의 뇌리에 깊숙이 새겨져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그날이 되었다.

 

엄마 아빠를 만나 흥겹게 달려가던 그 길목

그 길목은 나에게 익숙했던 길이어서

그날도 그랬듯이, 나에게 닥칠 시련은 전혀 몰랐다.

수풀길을 지나 마을에 닿는 그 길목은

이미 황폐된 지 오래였으나

나는 영원히 잊을 수 없게 되었다.

 

내가 지켜보며 자랐던 길목의 호숫가

내가 놀던 그 호숫가

흥에 겨웠던 그날들

그곳에서 고기도 잡았었지

지금은 그 호수를 차마 바라보지도 못하겠네

 

파란색과 녹색 무늬의 내가 만든 잠옷

내가 바느질할 때, 얼마나 행복했던지

그것이 찢길 때, 내 마음은 산산조각으로 불타버리고, 버림받았지

한 번 밖에 못 입어본 그 잠옷 

하지만 난 영원히 잊지 못할 거야

 

아니야, 난 잊을 수 없어, 그 모든 걸

그때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나의 심장박동은 ​​빨라지고

두려움과 분노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말없이 눈물로 범벅이 되는 나

아니야, 난 잊을 수 없어, 그 모든 걸

 

《묻혀진 이야기》는2019년9월26일 네팔 카트만두의 러시아문화센터에서 전시.

《묻혀진 이야기》는2019년9월26일 네팔 카트만두의 러시아문화센터에서 전시.

《묻혀진 이야기》는2019년9월26일 네팔 카트만두의 러시아문화센터에서 전시.

《묻혀진 이야기》는2019년9월26일 네팔 카트만두의 러시아문화센터에서 전시.

2019년“여성의 소리”에서는『묻힌 이야기들』의 시집을 발간하였고  4명의 네팔 시인과 함께 시각예술 전시회를 열어, 창작시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용감한 여성들을 보여 주었고, 아직은 우리가 만나보지 못했으나, 이와 같은 체험을 한 불행한 여성들의 정의회복을 위해 우리는 노력하였습니다. 우리는 네팔 정부가 국가 행동 플랜 제2버전을 제정하기 전부터 수년간 많은 권리옹호 운동가들과 피해자 대표 등과 함께 해왔습니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네팔 정부가 국내에 존재하는 성폭력문제를 승인하였습니다. 네팔 내무부의 지도 아래 공식적으로 과거에 처리하지 않았던 성폭력문제를 대외적으로 선포하였고, 피해자 대표와 함께 성폭력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제도를 구축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국가 행동계획의 제2버전에서는 지방위원회를 설립할 경우, 반드시 피해자들이 참여해야 하며, 위원회에서 행동계획의 실시를 담당하도록 하였습니다. 네팔의 현재 정부 역시 현존하고 있는 피해여성들이 보상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수정안이 포함된 과도기 정의(TJ) 법안을 통과시키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현재 많은 단체와 피해여성 대표 그리고 옹호자들이 문제를 문제화 할 수 있도록 이슈를 제기할 수 있는 위원회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과거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한숨을 돌릴 수 있고 그녀들에 대한 정의를 되찾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여성에게 아주 큰 승리이며 미래에 대해서도 희망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서적《묻혀진 이야기》의 발간 기념식(2019).

서적《묻혀진 이야기》의 발간 기념식(2019).

서적《묻혀진 이야기》의 발간 기념식(2019).

서적《묻혀진 이야기》의 발간 기념식(2019).